본질을 잃어가는 총회, 우리는 누구를 위한 법을 만드는가
2026년 SBC 정기총회와 한인교회총회의 엇갈린 이정표를 바라보며
지난 2026년 6월, 플로리다 올랜도에서는 남침례교(SBC) 정기총회와 미주남침례회 한인교회총회(CKSBCA)가 같은 한 주, 같은 도시에서 동시에 열렸다. 한인총회는 SBC 본회의 참여를 독려하겠다며 일정까지 화요일 개막으로 조정했다. 형제 교단으로서의 연대를 그렇게 표현한 셈이다.
그러나 정작 그 한 주 동안 두 총회가 내놓은 결의의 결은 정반대였다. 한쪽은 성경의 권위 앞으로 더 깊이 들어갔고, 다른 한쪽은 성경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구 자체를 법전에서 들어냈다. 이건 추측이나 인상비평이 아니다. 2017년 헌법·규약과 2026년 개정본을 나란히 놓고 읽으면, 누구라도 확인할 수 있는 텍스트의 문제다.
SBC: 성경의 권위 앞으로
올해 SBC 총회의 중심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윌리 라이스(Willy Rice) 목사의 총회장 당선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SBC가 “인종, 사회 정의, 정치라는 문화적 역류"에 휩쓸려 신뢰를 잃었다고 직격해온 인물이며, 35년 만에 처음으로 제도권 후보를 꺾은 개혁 성향 총회장으로 평가된다. “우리가 조심하지 않으면 자화자찬하다 코닥이나 블록버스터처럼 도태될 것"이라는 그의 경고는 SBC 내부의 자기 점검 의지를 보여준다.
둘째, 앨버트 몰러 박사가 발의한 ‘진리와 일치 수정안(Truth & Unity Amendment)‘이다. 협력 교단 소속 교회가 “여성이 목사/장로/감독의 직무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인정·임명·승인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이 개정안은 총 투표수 8,074표 중 약 75%의 찬성으로 1차 통과됐다. 2027년 2차 표결을 거쳐야 확정되지만, 지난 3년간 세 번 연속 부결됐던 시도가 이번에 압도적으로 통과됐다는 사실은 SBC가 어느 방향을 향해 다시 걸음을 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SBC는 목사 직분과 기능을 분리해 “여성 목사"라는 명칭만 피해가려는 시도를 정면으로 지적하는 결의안도 채택했다.
SBC가 다룬 의제의 본질은 하나다. “목사 직분은 누구의 것인가, 그 답을 성경이 정하는가, 시대의 풍조가 정하는가.” 이 질문 앞에서 SBC는 성경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한인총회: 헌법에서 사라진 한 문장
같은 한 주, 한인총회의 정기총회는 헌법과 규약을 전면 개정했다. 표결 결과는 참석 대의원 192명 중 191명 찬성, 사실상 만장일치였다. 그런데 바로 이 만장일치가 더 큰 문제다. 무엇이 통과됐는지부터 보자.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회원교회 자격 조항에서 일어났다. 2017년 헌법 제4조는 회원교회가 “항상 갖추어야 할” 자격 1호로 이렇게 명시했다.
“남침례회가 2000년에 채택한 신앙고백서를 반영하는 신앙과 행습의 실천”
이것이 회원 자격의 첫 번째 조건이었다. BF&M(침례교 신앙과 메시지 2000)을 실천하는 것이 회원교회가 지속적으로 충족해야 할 구속력 있는 요건이었다.
2026년 새 규약 제1조(자격)는 이 조항을 통째로 들어냈다. 남은 것은 다음 세 줄뿐이다.
“제1항 남침례회(SBC)에 소속된 한인교회 / 제2항 캐나다침례회(CNBC)에 소속된 한인교회 / 제3항 중남미 지역의 한인침례교회”
신학적 실천이라는 요건은 사라지고,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묻는 행정적 확인 절차만 남았다. 물론 새 헌법의 “서약” 조항에 BF&M 2000에 “동의한다"는 문구는 남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총회 전체가 선언적으로 밝히는 정서적 진술이지, 개별 회원교회가 항상 충족해야 할 자격 요건이 아니다. “실천해야 한다"는 구속력 있는 조건에서 “동의한다"는 선언적 인사말로 격하된 것이다. 신학의 자리에 행정이 들어섰다.
발언권을 사고파는 구조
두 번째 변화는 대의원 배정 방식이다. 2017년 규약은 침례교인 100명까지 대의원 2명, 이후 50명마다 1명을 추가하는, 교인 수를 기준으로 한 회중정치 원리를 따랐다. 회중이 클수록 더 많은 성도의 목소리를 대표한다는 논리다.
2026년 새 규약은 이 기준을 바꿨다. “협동 선교비 $1,200 미만 납부 교회는 대의원 2명, 이후 $600마다 1명 추가.” 기준이 교인 수에서 헌금액으로 바뀐 것이다. 같은 규모의 두 교회라도 돈을 더 낸 교회가 더 많은 표를 갖는다. 게다가 협동 선교비를 충분히 내지 못한 교회의 대의원은 피선거권까지 제한된다(제3조 4항). 회중의 크기가 발언권이던 것이, 헌금의 크기가 발언권인 구조로 바뀐 것이다.
총무에게는 재신임, 담임목사에게는 면제
이번 총회는 “담임목사 정기 신임투표 제도 폐지 권고안"도 통과시켰다. 기획소위원장은 “교회의 주인은 목사도 평신도도 아닌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라는 논리로 이를 설명했다. 강제력 없는 권고이고, 재신임투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현실이 분명 존재한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총회 헌법은 자신의 최고 행정직인 총무에게는 오랫동안 정기 재신임투표를 명문으로 강제해왔다(2017년 헌법에 이미 있었고, 2026년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1차 연임을 원하는 총무는 임기 3년 차에 대의원의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총회는 자신이 임명한 직책에는 정기적 견제 장치를 계속 두면서, 같은 시기 산하 교회들에게는 같은 성격의 장치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이 모순은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것이지만, 이번에 두 안건이 같은 정기총회에서 나란히 통과되면서 그 이중성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견제는 우리(총회 임원)에게는 필요하고, 너희(개교회 목사)에게는 불필요하다는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거의 만장일치였다는 사실이 오히려 우려스러운 이유
이 모든 변화가 192명 중 191명,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태경 총회장은 “지난 1년간 각 지방회장 카톡방과 줌 모임, 비교 자료 배포 등 헌법수정특별위원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절차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었다.
그러나 절차적 동의가 신학적 정당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신앙고백 실천 요건을 들어내는 조항이 별다른 반대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는 사실 자체가, 대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이 조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신학적 긴장감이 이미 무뎌졌다는 방증일 수 있다. 행정 효율과 절차적 매끄러움이 신학적 분별을 대체해버린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전망 한 줄
이번 개정에서 한 가지 새로 추가된 조항이 있다. 회원교회 자격상실 사유에 “남침례회 신앙고백과 대립되거나 일치하지 않는 이유로 소속 한인 지방회에서 회원 자격을 상실한 경우"라는 항목이 들어갔다.
문서만 보면 이건 신학적 안전장치를 새로 마련한 것처럼 읽힐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총회 정치를 직접 보고 들어온 목회자로서 말하건대, 이건 실질적 안전장치라기보다 나중에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한 면책 조항에 가깝다고 본다. 회원 자격의 본질적 요건에서 BF&M 실천 조항을 빼놓고, 정작 퇴출 사유에만 신앙고백 불일치를 끼워 넣은 모양새는 — “우리는 평소엔 신학적 잣대를 적용하지 않지만, 문제가 터지면 그 조항을 들어 책임을 면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작 가장 자주,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자리(회원 자격의 상시 요건)에서는 빠지고, 가장 드물게 작동할 자리(제명 사유)에만 들어간 배치 자체가 그 의도를 짐작케 한다.
결론: 광야의 외침으로 돌아가야 한다
SBC가 헌법에 성경적 직분론을 명문화하기 위해 싸우는 동안, 한인총회는 헌법에서 신앙고백 실천 요건을 들어냈다. SBC가 첨예한 신학적 사안 앞에서 표를 결집시키는 동안, 한인총회는 신학적 요건의 삭제와 헌금 연동 대의원제를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것은 인상이 아니라 조문 대 조문으로 확인되는 사실이다.
목회자가 성도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신학적 고백이 행정적 편의보다 우선하는 총회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서서히 진행되는 정체성의 침식뿐이다. 이번 총회의 결과를 뼈아픈 타산지석으로 삼아, 깨어 있는 목회자들과 지교회들이 먼저 묻고 따져야 할 때다 — 우리는 지금 누구를 위한 법을 만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