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신앙”이라는 위험한 등식
기독교 애국주의를 넘어서
요즘 일부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애국심이 곧 신앙의 증거”라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난다. 보수가 곧 올바른 신앙이고,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곧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식의 등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복음을 왜곡하는 위험한 길이다.
반대로, 종교의 자유를 말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십자가의 복음을 약화시키는 극좌적 흐름 역시 똑같이 위험하다. 신앙의 영역에서 바로 서지 못하면, 정치적 스펙트럼의 어느 쪽에 서든 결국 교회는 힘을 잃는다.
1. 집권 좌파가 보수 기독교를 다루는 방식
한국에서는 미국과 달리 좌파가 정치·문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이들은 보수 기독교의 성경적 입장(성윤리, 생명 존중, 종교의 자유 등)을 “극우”, “혐오”, “시대착오”로 쉽게 낙인찍는다. 신앙이 공적 영역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내용의 옳고 그름을 진지하게 논하기보다 그저 “위험한 세력”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2. 보수 진영이 “기독교 애국주의”로 반응할 때 생기는 문제
문제는 반대쪽에도 있다. 집권 세력의 압박을 받다 보면,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은 “애국이 곧 신앙”이라는 등식으로 강하게 결집한다. 국가와 체제에 대한 충성이 신앙의 핵심 증거처럼 여겨지고, “우리가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수사가 복음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것은 위험하다.
- 복음의 보편성보다 국가·체제의 정체성이 앞선다.
- 전도나 성결, 회개보다 “우리 편 지키기”와 적대적 수사가 더 중요해진다.
- 애국심을 신앙의 본질로 삼으면서, 복음이 모든 민족과 사람을 향해 있다는 진리가 약화된다.
에베소서 2장은 그리스도 안에서 “한 새 사람”을 만드신다고 말한다.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는 것과, 그것을 신앙의 본질로 삼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기독교는 나라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애국주의를 신앙의 중심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3. 진짜 문제는 “정치 권력에의 의존”
교회의 힘이 어디서 오는가? 역사를 보면 가장 강력한 신앙의 운동은 정치 권력을 장악하거나 지키는 데서 나오지 않았다. 개인과 가정의 회개, 교회의 성결, 복음의 전파를 통해 일어났다.
법은 중요하고, 정치도 중요하다. 성경적 원리가 공적 영역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정당하다. 그러나 교회의 궁극적 권위와 힘은 “우리가 정치적으로 이겼다”거나 “이 체제를 지켰다”는 데 있지 않다. 모든 사람을 회개와 소망으로 부르는 영적·도덕적 권위에 있다.
애국심을 신앙과 동일시하면, 결국 교회는 정치 진영의 한 분파로 전락한다. 반대로 복음을 약화시키면서 “포용”과 “정의”만 외치면, 교회는 세상의 이념을 위한 도구가 된다. 둘 다 미래의 길이 아니다.
4.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
- 가정을 제자훈련하는 일
- 잃어버린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
- 성결의 본을 보이는 일
- 교회를 강화하는 일
- 사회의 도덕적 상상력을 복음으로 새롭게 하는 일
이것이 진짜 사명이다. “기독교 애국주의”라는 틀에 갇혀 싸울 필요가 없다. 디모데후서 2:14은 “말다툼을 하지 말라. 이는 아무 유익이 없고 듣는 자들을 망하게 할 뿐이니라”고 말한다.
기독교인으로 살라. 이 나라의 기독교적 유산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라. 그러나 애국심을 신앙의 본질로 착각하지 말라. 보수를 올바른 신앙과 등치시키지 말라. 반대로 복음 없는 진보에 타협하지도 말라.
신앙의 영역에서 바로 서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적 승리보다, 복음의 순수성과 교회의 영적 권위를 지키는 길이 교회의 미래다.
*이 글은 아래 원문의 문제의식과 논리를 유지하면서, 한국 교계의 현실에 맞게 재구성한 버전이다. 특히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좌파가 집권세력이자 문화적 주도권을 가진 상황을 염두에 두고, “기독교 애국주의”라는 표현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원문 출처 Andrew T. Walker, “It’s not too late to abandon ‘Christian nationalism’,” WORLD, 2025년 3월 13일. https://wng.org/opinions/its-not-too-late-to-abandon-christian-nationalism-1741834794
저자 소개 Andrew T. Walker는 WORLD Opinions의 편집장이자 남침례신학교(The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기독교윤리학 부교수이다. 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의 펠로우로도 활동하며,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그는 보수적 기독교 윤리와 공공신학 분야에서 활발히 글을 써 왔으며, “기독교 민족주의”라는 용어가 좌·우 양측에서 어떻게 오용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해 온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