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배척하고 강단은 무방비

실질적 에큐메니즘의 역설

지금까지 여러 편에 걸쳐 WCC·WEA에 대한 한국 교회의 무조건적 반대 정서가 어떤 신학적 문제를 안고 있는지, 그리고 그 정서가 실제로 어떤 역사적 경로를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추적했다. 이번 마지막 편에서는 방향을 조금 바꿔,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또다른 역설을 짚으려 한다.

조직 차원의 “에큐메니컬”(WCC, WEA)은 이단시하면서, 정작 한국 교회의 강단과 실천 현장에는 그보다 훨씬 느슨한 검증 위에서 신학적 경계를 넘나드는 콘텐츠가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정확히 말해두자면, 여러 교단이 같은 프로그램이나 집회를 함께 쓴다는 사실 자체가 곧 “에큐메니즘"인 것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라 비대칭에 있다. WCC·WEA는 최소한 문서화된 신앙고백이 있어서 “1차 교리를 훼손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검증할 수 있는 대상이다. 반면 아래에서 살펴볼 사례들은 애초에 그런 검증 대상이 될 신앙고백 문서 자체가 없이, 유명세와 카리스마와 문화적 유행만으로 교단 경계를 넘나든다. 검증 가능한 조직에는 최대치의 의심을, 검증 불가능한 개인 브랜드에는 최소치의 의심을 적용하는 것이 이 칼럼이 지적하려는 진짜 비대칭이다.

사례 1: 다니엘기도회 — 90여 교단, 1만 5천 교회가 모이는 초교파 집회

오륜교회(김은호 목사)가 1998년 시작한 “다니엘세이레기도회"는 2013년부터 전국 단위로 확대돼, 2023년 기준 90여 교단·1만 5,587개 교회·92개국이 참여하는 초교파 연합 기도회로 성장했다(교회와신앙, “‘다니엘 기도회’ 참석해도 괜찮은가?”, 2023.10.16). 유튜브 노출 수만 8,500만여 회에 이른다(위 기사).

문제는 이 집회를 둘러싼 신학적 검증 논란이다. 예장고신 이단대책위원회는 2023년 총회에 “① 김은호 목사가 과거 개인적으로 신사도운동에 참여한 전력, ② 오륜교회 시설을 신사도운동 관련 단체에 대관해 준 전력, ③ 다니엘기도회에 초청된 일부 강사가 신학적으로 크게 문제를 일으킨 점"을 근거로 신사도운동과의 연관성을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보고했고, 다만 오륜교회 측이 신사도운동을 배격한다고 공식 선언한 점을 감안해 최종적으로 “경계” 단계로 판정했다(교회와신앙, 위 기사; 주간기독신문, “오륜교회 다니엘기도회 ‘개혁주의 신앙 흔들림 없다’”, 2022.10.18).

강사 선정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특정 개인 한 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누가 강단에 설 수 있는가"에 대한 일관된 신학적 기준 자체가 없다는 구조적 문제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다니엘기도회 강사진은 목회자·선교사뿐 아니라 매년 유명 연예인·방송인·기업인·정치인이 두루 초청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방송인 션, 2019년 가수 자두, 2020년 배우 오윤아, 2021년 가수 이수영, 2022년 방송인 정선희, 2023년 방송인 조혜련·배우 김정화, 2024년에는 역사 강사 전한길과 배우 권오중,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강사로 나섰다(나무위키 “다니엘기도회” 항목에 연도별로 정리된 내용 — 이 부분은 개별 인물의 실제 출연 여부를 1차 보도로 교차 확인하지는 못했으므로, 정확한 명단은 다니엘기도회 공식 자료 확인을 권한다). 2025년에는 목회자·선교사 외에도 아나운서, 바이올리니스트, 병원장 등 다양한 직업군의 인사 20여 명이 강사로 나섰다(주간기독신문, “2025 다니엘기도회 ‘21일간 열방과 함께 기도한다’”, 2025.10.27).

이 명단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정도로 폭넓고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이 매일 저녁 강단에 서는 구조라면, 신학적 배경에 대한 사전 검증이 강사 개개인의 신앙 경력이나 소속 교회에 대한 확인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강사 중 일부가 신사도운동과의 연관성 논란에 휩싸인 사례가 있었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예장고신 이단대책위원회의 공식 보고에도 나온다. 다만 이 칼럼은 그중 특정 개인 한 명을 지목해 신학적 판정을 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 그 개인에 대한 판단은 소속 교단과 신학자들의 몫이다. 이 칼럼이 짚고자 하는 것은 “90여 개 교단, 1만 6천여 개 교회가 참여하는 규모의 연합 집회에서 강사 선정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구조적 질문이며, 매년 다양한 배경의 수십 명이 새로 강단에 서는 이 구조 자체가, 문서화된 신앙고백을 놓고 회원 심사를 거치는 WCC·WEA보다 훨씬 느슨한 여과 장치 위에서 운영된다는 사실이다.

사례 2: 유기성 목사의 “영성일기"와 WGM — 개인 브랜드가 교단을 넘어서다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 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22~2023년 만 65세로 조기 은퇴한 뒤,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위드지저스미니스트리”(WGM)의 “예수동행운동” 사역에 전념하고 있다(기독일보,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 최근 마지막 설교…사실상 은퇴”, 2022.12.6). 그는 여기에 더해 제4차 한국로잔대회 준비위원장도 맡고 있다(크리스찬저널, “위드지저스미니스트리 이사장 유기성 목사 인터뷰”, 2023.10.12).

그가 대중화시킨 “영성일기"는 자신의 하루를 예수님과 동행하는 관점에서 기록하는 개인 경건 훈련이다. 이 자체는 유익한 신앙 실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2016년, 한 목회자가 뉴스앤조이 기고를 통해 신학적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아무리 좋고 유익하고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해도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이 제자로 사는 것의 규범 같은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영성일기 운동이 “옥한흠표 제자훈련을 잇는 다음 제자훈련 코스인 양” 확산되는 것을 우려했다(뉴스앤조이, “유기성 목사 ‘영성 일기 운동’ 비판적 읽기”, 2016.10.29).

여기서 정확히 짚어야 할 논점이 있다. 유기성 목사의 영성일기와 WGM이 여러 교단에서 함께 쓰인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초교파 협력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얼마든지 건전할 수 있고, 신학적 배경이 다른 교단들이 같은 경건 훈련 자료를 쓴다고 해서 자동으로 “에큐메니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다른 지점에 있다. WCC·WEA는 최소한 문서화된 신앙고백이 있어서, 그 문구를 놓고 “1차 교리를 훼손하는가"를 검증할 수 있다. 반면 영성일기처럼 한 목회자의 개인적 경험과 저술에서 출발한 경건 훈련법은 애초에 검증 대상이 될 신앙고백 문서 자체가 없다. 좋고 나쁨을 떠나, 검증할 방법 자체가 없는 콘텐츠가 검증된 조직보다 오히려 더 광범위하게, 더 무비판적으로 강단과 소그룹에 스며든다는 것이 문제다. 소속 교단이 무엇이든, “이 훈련법이 성경이 말하는 제자도의 본질적 요소인가, 아니면 유익하지만 선택적인 practice인가"를 명확히 구분해 가르치지 않는다면, 특정 개인의 방법론이 사실상 초교파적 규범 지위를 얻게 되는 구조적 위험이 생긴다. 2016년의 그 비판이 정확히 지적한 것이 이 지점이었다.

사례 3: 관상기도와 이동원 목사 — 유명세가 신학적 검증을 대신할 때

세 번째 사례는 사용자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앞의 두 사례보다 오히려 더 분명하게 “실질적 에큐메니즘"의 작동 방식을 보여준다.

리처드 포스터, 헨리 나우웬 등이 대중화한 관상기도(contemplative prayer)는 로마 가톨릭 신비주의와 신플라톤주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어, 2009년 한국성경신학회 세미나가 “이교적이고 혼합종교적인 배경"을 지적했고, 2010년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는 “장로교의 전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경고했으며, 같은 해 예장합신 총회도 “비성경적이고 반종교개혁적인 성향"이라고 지적했다(코람데오닷컴, “이동원 목사, ‘관상기도 세미나 접겠다’”, 2011.7.4에 정리된 세 기관의 결의 내용).

이 흐름을 한국 교회에 직접 들여온 핵심 인물이 지구촌교회 원로 이동원 목사다. 이 목사는 자신의 공식 칼럼에서 이 경위를 직접 밝혔다: 2000년 안식년 중 미국 워싱턴의 “샬렘 인스티튜트"에서 진행하는 “성직자를 위한 영적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이 기관은 “성공회 계통이 최고 지도자이지만 교단을 초월해 가톨릭 사제들도 참여하는” 에큐메니컬 연구소였다고 스스로 인정했다(크리스천투데이, “이동원 목사 ‘관상기도 세미나 하지 않겠다’”, 2011.7.6; 코람데오닷컴, 위 기사). 그는 이 경험을 “한국 교회 영성 생활의 균형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귀국 후 관상기도 세미나를 시작했다(위 기사들). 즉 오늘날 한기총이 “이단시"하는 바로 그런 유형의 초교파·초교리 연구소에서 직접 훈련받은 신학적 콘텐츠가, 조직 대 조직의 공식 교류가 아니라 유명 목회자 한 사람의 개인 세미나를 통해 한국 교회 강단에 스며든 것이다.

이동원 목사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 이런 유명세와 네트워크력이 있었기에 관상기도는 지구촌교회 담장을 넘어 여러 교단 목회자들에게 빠르게 퍼져 나갔다.

거센 비판이 이어지자 이동원 목사는 2011년 7월 공식적으로 “관상기도 세미나를 접겠다"고 발표했다(크리스천 노컷뉴스, “이동원 목사, ‘관상기도 세미나 완전히 중단’ 밝혀”, 2011.7.7). 그런데 2016년 11월, 관상기도를 비판해 온 정이철 목사 등 일부 인사들이 이동원 목사가 운영하는 경기 가평의 “필그림 하우스"를 직접 방문했다고 주장하며, 그곳에서 “관상"을 뜻하는 라틴어 “contemplatio"라는 용어와 개념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바른믿음, “이동원 목사는 여전히 관상에 매료되어 있다”, 2016.12.12). 이 보도는 개인이 운영하는 이단·이슈 비평 매체(바른믿음)의 현장 방문 취재에 근거한 것으로, 이동원 목사 측의 공식 반박이나 교단 차원의 재조사 결과는 이 칼럼이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을 밝혀 둔다 — 즉 “세미나를 공식적으로는 접었으나 실제 운영 시설에서 유사한 개념이 계속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선까지만 사실로 다룬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이것이다. 관상기도의 신학적 뿌리 자체가 에큐메니컬 연구소(샬렘 인스티튜트)였다는 것은 본인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 콘텐츠가 한국 교회에 들어온 경로는 조직 대 조직의 공식 협약이 아니라, 유명 목회자 한 사람의 개인적 경험과 세미나 네트워크였다. 그 결과 WCC·WEA처럼 명문화된 신앙고백을 놓고 검증할 대상 자체가 없었고, 문제 제기도 “관상기도가 성경적으로 타당한가"라는 신학적 논쟁으로 시작해 결국 “한 개인이 자신의 발언을 지켰는가"라는 신뢰의 문제로 흘러갔다. 조직은 문 앞에서부터 걸러지지만, 유명 목회자의 개인 브랜드는 강단 안까지 아무 여과 없이 들어온다.

세 사례가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

다니엘기도회, 영성일기/WGM, 관상기도 — 이 세 사례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명시적 신앙고백이나 회원 심사 절차가 없다. WCC는 최소한 삼위일체·그리스도의 신성을 명시한 기초 신앙고백(Basis)이 있고, WEA는 성경 무오성까지 포함한 훨씬 엄격한 신앙고백을 가입 조건으로 삼는다(1편 참조). 반면 위 세 사례는 애초에 그런 검증 대상이 될 신앙고백 문서 자체가 없다 — 검증할 게 없으니 검증 논쟁도 성립하지 않는다.
  2. 확산 경로가 유명세·카리스마·개인 브랜드에 의존한다. 특정 목회자나 강사의 인기, 저서 판매량, 유튜브 조회 수가 신학적 검증을 대신한다.
  3. 정작 이 흐름에는 “이단시"나 “탈퇴 운동"이 따라붙지 않는다. 예장고신처럼 신중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경계” 수준의 판정을 내리는 교단도 있지만, 이는 한기총이 WCC·WEA에 퍼부었던 것과 같은 총력전 수준의 반대 운동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나가며 — 시리즈를 마치며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은 “WCC·WEA라는 이름이 붙었는가"가 아니라 “1차 교리가 실제로 훼손되었는가"다. 그런데 이 기준을 조직 이름에는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매주 강단에 서는 검증되지 않은 강사와 프로그램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신학적 분별이 아니라 익숙한 대상에는 관대하고 낯선 이름에는 가혹한 편의적 잣대일 뿐이다. 한국 교회에 정말 필요한 것은 조직의 이름표를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강단에 서는 모든 목소리 — 조직화된 것이든 개인 브랜드이든 — 에 같은 신학적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