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에서 피가 나요...
교회 음향 시스템에 대한 단상
20여년쯤 전 서울의 한 대형교회 음향간사로 사역할 때 음향에 불만이 많으셨던 담임목사님께서 불평 반, 농담 반으로 하시던 이야기다. 당연히 관련된 전 사역자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국내 수입사 컨설팅, 심지어는 담임목사님 전용 마이크 제작사인 독일로 안되는 영어를 써가며 원인파악을 위해 as 및 컨설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그때는 수입사의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을 만큼 국내 음향기기 수입사가 열악했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했고, 열심히 수고했던 수석 음향엔지니어는 이유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적절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교회에서 해고됐다. 그런데 아이러닉하게도 그 간사님은 꽤 까다롭고 음악성 높은, 유명한 찬양팀을 운영하던 모 대형교회의 수석 음향엔지니어로 바로 스카웃 됐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해야할까. 나는 이 일을 어찌어찌 잘 해결하여 그 교회 예배기획실장이 되었고, 후에 우리는 담임목사님의 한쪽 귀에 심각한 중이염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모든 문제는 시스템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었던 것이다.
도미하여 신대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또 한번은 모 교회에서 3만불 가까이의 영상 견적을 받았는데 좀 봐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 인건비와 잡비를 포함 아무리 많이 잡아도 만 불이면 될 공사를 무려 세 배나 튀기셨다. 흔쾌히 세팅을 도와드리기로 결정하고, 교회 집사님 몇 분과 하루만에 동일 견적에 더 필요한 것들을 채운 구성으로 공사를 끝냈다. 나중에 manufacturer rebates 까지 천 불 받아 예상한 것보다 더 저렴하게, 은혜 가운데 세팅을 끝내게 되었다.
목회자는 전문가가 아닐 때가 많다. 때로는 잘 알지 못하면서 무조건 스텝 탓을 하거나 장비 탓을 한다. 어떤 교회에 방문해 보고 그 브랜드 제품이면 무조건 다 좋은 줄 알고 덜컥 장비를 구매하기도 하고, 이런 목사님들의 습성을 악용하는 장사꾼들에게 걸려 탈탈 털리기도 한다. 오죽하면 교회 건축업자와 음향/영상 업자는 목사라도 믿지 말라는 말이 있을까.
지금 나는 더 이상 수석 음향엔지니어가 아니다. 목회자로 부름받아 이민교회 담임목회도 10여년 넘게 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현직에 계신 목회 44년차 부친께서 시무하시는 교회 컨설팅과, 비슷한 연배의 장인어른께서 시무하시는 교회 컨설팅을, 한국에서의 사역을 인연으로 여전히 연락해 오는 수많은 동료, 선후배 목사님들의 교회 컨설팅을 종종 하고 있다. 이 일을 위해 크고 작은 뜻을 모아 준, 여전히 간사님들인 선, 후배, 친구이자 사역자들과 함께 설립한 “더 헬퍼 미니스트리”를 통해서 말이다. 얼마나 답답하면 여태 이럴까 싶을 때도 있다.
몇 만불의 화려하고 값비싼 장비 업그레이드보다 정작 교회에 훨씬 더 필요한 것은 아주 간단한 세팅 변화와 최적화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비 전문가인 목회자와 성도들이 그 장비를 쉽고 간단히 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전문가가 아닐 때 우리는 전문가가 아님을 솔찍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교회는 BTS가 공연하는 공연장이 아니고 우리 역시 BTS는 아니다. 우리가 쓰고자 하는 헌금은 하나님께 드린, 성도들의 피와 땀이 담긴 믿음의 수고요 헌신인, 하나님의 것이다. 교회에 필요한 것은 몇 만불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상황과 형편에 맞는 적합한 조언과 유지/보수 방안이 최우선이어야 할 것이다.
알면서도 당하는, 이런 목사님들을 괴롭히고 교회들을 악용하는 소위 전문가들 역시 최소한의 신앙 양심은 가지길 바란다. 아무리 그 일이 자신들의 생업이라 할지라도 주의 일을 돕고 협력하는 자들로 최소한 하나님 앞에 부끄럽진 않아야 하지 않을까.
한국에서 피부과 의사로 유명한 함익병 선생님이 어느 방송에서 한 말이다. “진단받아서 약 먹고 연고 바르면 다 나아요. 왜 비싸게 레이저 치료를 받아요. 돈 아주 많지 않으면 하지 마세요.” 이 분야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많은 선배 목사님들께 당부드린다. “장비 업그레이드도 좋지만, 아주 약간의 터치 만으로도 좋아지기도 합니다.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필요하고 매우 중요한 일이죠. 그렇지만 수술 받기 전 주치의 이외의 의사에게 Second Opinion, third opinion 받는 것처럼, 시공 전에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이미 시공한 교회 스텝들의 운용 평가와 함께 다양한 의견들 꼭 받아보세요. 밑져야 본전이 아니라, 절대 밑지지 않으실꺼에요!” 새로 시작하는 후배 목사님들께 당부드린다. “화려하고 값 비싼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복음의 능력은 그 본질에 있지, 화려한 외형에 있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