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합니다, Chat GPT
ai를 대하는 목회자의 자세
학부 시절 나는 영어 언어학과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했다. 그리고 복수전공 학생이기에 학점을 짜게 주시기로 유명한 교수님 중 한 분의 수업을 전공필수라는 이유로 1년 동안이나 다른 옵션 없이 들어야 했다. 당시 모 신문사에 재직중이셨던 선배님의 “보도기사 작성법”이라는 수업이었는데, 2학기로 진행된 그 분 수업에는 독특한 과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매 주 10개 신문사의 헤드라인을 읽고 특정 사건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그 논조와 주제를 비교/요약하여 제출하는 것이었다. 이 지독한 숙제가 지금 목회를 하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이 과제로 정보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분석하고 파악하여 취사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을 습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언론사가 어떤 논조를 가지고 보도하는지, 언론이 요약하고 투영하는 대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그 본질이 무엇인지 비교하여 볼 수 있게 되었다.
OpenAI 가 개발한 “ChatGPT”라는 서비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많은 목회자들이 그 본질이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지도, 사용해 보지도 않은 채 마치 1999년에 다가올 새로운 밀레니엄을 너무 두려워 한 나머지 시한부 종말론과 컴퓨터 세계의 종말을 주장한 것처럼, 인공지능이 지배할 세상과 인공지능으로 얼룩질 강단이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
사실 ChatGPT는 사용해 보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로 묻는 질문에 관한 다양하고 적절한 대답을 주는 챗봇(ChatBot)이라는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검색하기 위해 구글 검색창에 입력하면, 해당하는 검색어에 부합하는 여러 사이트들이 순서대로 나열된다. 구글은 이 검색 결과를 각각의 사용자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customize 하여 제공한다. 그래서 같은 단어를 검색해도 나의 검색 결과와 다른 사람들의 검색 결과가 판이하게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ChatGPT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전보한 모델이다. 구글 검색은 각각의 사이트를 우리가 일일이 클릭하여 내용을 읽고 그것이 유용한지 그렇지 않은지 확인해야 했지만, ChatGPT는 그 단계를 스스로 해 주기 때문이다. 질문을 하면 거기에 가장 적절한, 또는 해당하는 정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즉시 대답해 준다. 여전히 학습중이기에 어떠한 정보들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 부분도 여전히 있고 개선되어야 할 부분 역시 많다. 그렇지만 획기적인 서비스임에는 틀림없다.
목회자들이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 역시 이러한 과정과 많이 닮아있다. 목회자는 설교하고자 하는 본문의 내용이 당대의 독자들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이고 무엇을 촉구하고 있는지를 파악하여 성도들에게 증거한다. 그리고 그 과정 가운데 때로는 원어의 한 단어의 불분명한 의미로 여러 날을 연구하며 고민하기도 하고, 기도와 연구 가운데 의미와 적용에 대한 과감한 선택과 결단을 내리기도 한다.
다시 ChatGPT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자면, 심지어 주어지는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 물으면 근거자료를 제시하기도 한다. Reference 를 주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책 챕터 어디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든지, 어떤 웹사이트 어떤 내용을 근거로 이런 정보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방대한 정보를 좀 더 쉽게 검색하고, 필요한 정보를 좀 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죄악시 하고 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ChatGPT가 주고 있는 내용이 사실인지,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인지만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설교 준비하면서 이미 하고 있는 과정처럼 말이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아직도 많은 목회자들이 확인되지 않은 미화된 인물 스토리로 설교 시작을 하는 것을 많이 듣는다. 미국의 누구는 어떤 농장에서 어떻게 신앙생활 했고, 십일조로 어떻게 축복을 받았고, 선교를 해서 어떻게 되었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미화된 스토리가 설교예화 모음집으로, 혹은 어떤 인터넷 게시판에 버젓이 등록되어 있는 것을 종종 본다. 신대원 과정을 통해 이런 스토리 중 많은 수가 거짓이고 잘못된 정보이며 미화된 스토리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비슷한 문맥에서 우리의 잘못된 단어 이해나 문법적용, 혹은 개개인의 잘못된 신학적 전제나 역사적 상황 대응으로 인한 성경 해석의 오류들의 예를 담은, D.A. Carson 이 저작한 “성경 해석의 오류”라는 책이 성서유니온을 통해 한국 시장에 출간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가 정확한 것인지 확인하고 입증할 수 있다면 ChatGPT가 주는 편리함을 피할 이유가 없다. 아니, 오히려 사용법을 배워서라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정보를 생산하는 목회자로 ChatGPT가 더 많은 올바른 성경/신학 정보를 습득하여 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에 관한 온전한 정보를 새로운 기술을 통해 습득하도록 돕는 사역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에게 기술의 진보를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새로운 부르심이 아닐까?
가르치는 자가 제대로 알지 못하면 주객이 전도된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이 함께 구덩이에 빠질 수 밖에 없다(마 15:14). 세상은 빨리 변하고, 우리가 맞이해야 할 많은 영혼들은 그 빠른 세상 가운데에서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목회자가 말씀에 전문가이듯, 말씀이 그들의 삶에 타당하고 온전하게 적용되도록 도우려면 세상의 변화, 특별히 기술의 진보에 눈이 어두워서는 안될 것이다. 말씀도 공부 안하고 기술의 변화에도 둔감한 불충한 목회자는 없기를 바라지만, 부디 편리한 기술로라도 말씀을 조금 더 공부하는 목회자는 모두 다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