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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 부재한 강단, 복음이 거세된 목양

이 시대 설교자들을 향한 선지자적 요청


종교 개혁가들은 교회의 흥망성쇠가 ‘강단의 신실함’에 달려 있다고 믿었다.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순전하게 선포될 때 교회가 살고, 그 말씀이 인간의 사사로운 욕망과 타협할 때 교회의 영적 호흡은 멈춘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교회의 강단을 돌아보면, 성경의 엄위함은 사라지고 청중의 귀를 즐겁게 하려는 세속적 만담과 심리학적 위로, 그리고 기복주의적 처세술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강단의 침몰’은 단순한 기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설교자의 신학적 정체성과 강단을 대하는 두려움이 상실되었음을 보여주는 엄중한 영적 위기의 징후다. 작금의 강단에서 복음이 어떻게 희석되고 있는지 그 신학적 오류를 파헤치고, 이 시대 설교자들이 회복해야 할 성경적 자세를 촉구하고자 한다.

1.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단절: ‘본문 학대’의 설교

오늘날 수많은 설교가 성경 본문을 읽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정작 설교의 알맹이는 본문의 역사적·문맥적·구속사적 맥락과 아무런 상관없는 개인의 경험, 시사 비판, 세상적 유머로 채워진다.

성경 구절은 설교자 개인의 정치적 견해나 사상을 정당화하기 위한 ‘장식품’ 내지 ‘도구(Proof-texting)’로 전락했다. 성경이 설교자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설교자가 성경을 지배하는 이른바 ‘본문 학대’가 강단에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성경의 저자 의도(Exegesis)를 추구하지 않는 설교는 아무리 청중의 박수갈채를 받아도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인간의 연설’일 뿐이다.

2. 구원론의 교리적 혼란과 상황주의적 변질

복음의 핵심은 인간의 전적 타락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 은혜로만 얻는 구원(Sola Gratia, Solus Christus)에 있다. 그러나 현대의 강단은 구원의 절대적인 은혜를 인간의 행위와 개교회의 열심, 혹은 상황주의적 논리로 희석하고 있다.

성경의 엄위한 비유들을 기계적이고 자의적인 수치로 환산하여 청중에게 영적 혼란을 야기하거나, 성경에 명시되지 않은 영역에 대해 “상황에 따라 하나님이 다르게 하실 수 있다”는 식의 추측을 남발하는 것은 개혁주의 구원론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죄에 대한 철저한 직시와 회개의 선포가 생략된 채, ‘실수해도 딛고 일어나면 된다’는 식의 자기계발서적 긍정주의는 성도들을 영적 영양실조로 몰아넣는다.

3. 공로주의와 개교회 우상화의 덫

더욱 심각한 신학적 이탈은 구원의 확신과 영적 탁월함의 근거를 ‘예수 그리스도의 의’가 아닌 ‘교회의 외형적 프로그램과 종교적 열심’에서 찾으려는 태도다.

타 교회의 영적 침체를 비판하면서 자기 교회의 예배 횟수, 전도 열정, 특별 집회 등을 근거로 “우리 교회는 구원의 확률이 높다”고 선포하는 것은, 중세 가톨릭의 공로주의적 오류와 다를 바 없다. 이는 성도들에게 참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게 하기보다 교회의 조직과 프로그램에 안주하게 만드는 위험한 목양적 기만이다. 구원은 교회의 이름이나 목회자의 리더십이 아닌, 오직 그리스도의 이름 위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4. ‘선포(Kerygma)’가 아닌 ‘공연(Performance)’으로 전락한 강단

설교는 담임목사가 양 무리의 영혼을 살리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수직적으로 대언하는 거룩한 예전이다. 그러나 현대 강단은 청중의 말초적 재미를 자극하고 대중적 인기를 유지하려는 ‘종교 엔터테인먼트의 무대’가 되어가고 있다.

설교자가 강단의 거룩함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저속한 예화와 농담을 남발하고, 청중을 웃기는 데 치중하는 것은 목양적 천박함의 극치다. 쓴 소리와 바른 말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그 칼날을 인간의 근본적인 죄악과 영적 본질에 들이대지 못하고, 교단 정치나 외부를 향한 불만 표출로 소비하는 것은 참된 영적 권위의 부재를 반증할 뿐이다.

결론: 이 시대 설교자들을 향한 선지자적 요청

강단에서 복음이 거세될 때, 교회는 양 무리를 기르는 목장이 아니라 종교적 위안을 소비하는 시장으로 전락한다. 지금 한국 교회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말재주나 대중을 사로잡는 스타 목회자가 아니다. 성경 본문 앞에 무릎 꿇고 떨림으로 하나님의 주권을 대언하는 ‘신실한 성경적 설교자’다.

이 시대의 설교자들이여, 강단의 두려움을 회복하라. 성경의 문맥과 저자의 의도를 생명처럼 사수하라. 인간의 처세술과 긍정주의를 배격하고, 오직 죄인을 살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과 구속사의 흐름만을 선포하라. 교회의 종교적 행위를 자랑하는 오만을 버리고 성도들을 오직 은혜의 보좌 앞으로만 인도하라.

강단이 바로 설 때 교회가 살고, 설교자가 먼저 하나님 앞에서 죽을 때 비로소 성도들이 살아날 것이다. 강단의 거룩한 회복만이 무너져가는 이 시대 교회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